스마트폰 한 대로 4000만원 요금 사기
타인 명의 스마트폰은 범죄자들에게 현금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들이 스마트폰 한 대를 개통해 놓고 돈을 ‘빼먹는’ 수법은 순서와 방식이 정해져 있었다. 우선 타인 명의 스마트폰 한 대가 개통되면 가입자를 식별할 수 있는 유심(USIM)을 먼저 뽑아낸 뒤, 휴대폰 본체는 대당 30만~50만원을 받고 밀수출 조직에 넘긴다.
다음 단계로 유심을 다른 휴대폰에 바꿔 끼우거나 수백 개의 유심 칩을 프로그램에 넣어 한꺼번에 돌려 각종 소액결제(30만원 이하)를 발생시킨다. 주로 현금화하기 쉬운 게임 아이템 등을 구입한 뒤 이를 다시 할인해(속칭 ‘깡’) 현금을 챙긴다. 해외 도박사이트에 접속해 스마트폰으로 사이버 칩을 구입한 뒤 이를 국내에서 재판매하기도 한다.
불법으로 외국인 노동자들을 모아 국제전화를 마음껏 이용하게 하는 조직도 있었다. KT형사업무팀이 찾아낸 한 조직은 ’30분당 6000원’의 가격에 불법 국제전화 영업을 하고 있었다. 최종적으로 대리운전 업체 등에 문자메시지 한 건당 6~7원씩 계산해 전화번호 정보를 넘긴다. 여기에 스마트폰 분실보험까지 가입해 놓으면 분실 보상금까지 챙길 수 있다고 한다.
KT 형사업무팀 임창수 조사실장은 “타인 명의 스마트폰으로 대당 200만~300만원을 뽑아내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며 “타사 적발 사례까지 보면 스마트폰 한 대로 최대 4000만원까지 요금과 결제액을 발생시킨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 모든 과정은 기업형으로 이뤄진다. 작년 9월 KT형사업무팀이 서울 쌍문동의 한 텔레마케팅 사무실을 찾아갔더니 7명의 20대 남녀 직원이 금융사·통신사에서 빼낸 고객정보를 이용해 스마트폰 가입을 권유하고 있었다. 당시 이들은 사무실을 10개월째 운영하며 약 10억원을 편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KT 관계자는 “최근 조폭들이 개입하고 있는데 그들이 느끼는 위험(risk) 대비 수익률은 거의 마약과 비슷하다”며 “이들은 타인 명의 스마트폰을 많게는 2000~3000대, 적게는 400~500대씩 모아 소위 ‘작업’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출처] 조선닷컴